◆ 우즈베키스탄 보고서 ◆

기온이 40도까지 치솟는 우즈베키스탄의 여름은 두 가지 색깔로 나뉜다. 녹색과 황토색이다.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기후 속에서 물길이 닿는 지역은 푸르름을 자랑한다. 물의 혜택에서 제외되면 곧바로 황무지가 된다.

나보이는 녹색과 황토색의 경계 선상에 위치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52인승 프로펠러 비행기에 몸을 싣고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나보이 주변은 대부분 메마른 대지였다. 중앙아시아의 물류허브로 성장하려는 나보이는 이처럼 황량한 들판에 세워져 있다.

◆ 7시간 거리에 50억명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의 중심에 위치한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국토의 중앙에 나보이가 있다. 지구본을 돌려 나보이를 중심에 놓으면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행기로 7시간 거리에 50억명이 산다. 지구촌 인구의 71%다.

박병렬 나보이공항장(상무)은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를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나보이만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류를 한군데로 모아 주변으로 다시 내보내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로서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박 공항장은 "유럽~인천 노선의 경우 단번에 갈 수 있다. 그럴 경우 연료를 많이 실어야 하고 그만큼 화물은 줄어들게 된다. 나보이를 이용하면 1회 비행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화물을 더 실을 수 있고 중앙아시아 인근으로 보내는 물량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유럽 직항의 경우 연료 100ｔ과 화물 100ｔ을 싣는다고 할 때 나보이를 거치면 연료 60ｔ과 화물 140ｔ을 실을 수 있는 만큼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물류허브로서 나보이공항은 대한항공의 작품이다. 나보이공항 개발의 모든 비용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부담하고 대한항공은 경영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구조였다.

첫 시작은 4년 전으로 올라간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면담한 카리모프 대통령은 나보이공항 프로젝트에 참여를 요청했다. 당시 항공화물운송 세계 1위인 대한항공의 실력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한ㆍ우즈베키스탄 경제협력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보이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의 현지 물류 진출뿐만 아니라 국가 간 경제협력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 나보이공항, 3년 만에 흑자 실현

대한항공은 나보이공항을 키우기 위해 2008년부터 전력을 기울였다. 2008년 8월 인천~나보이~밀라노(이탈리아) 노선에 화물기를 취항하고 그해 9월에는 인천~타슈켄트 노선에 비행기를 띄웠다. 2009년부터는 나보이공항 위탁경영을 시작했고 2010년 8월에는 화물터미널을 완공했다. 박 공항장을 포함한 4명의 대한항공 직원이 파견을 나와 우즈베키스탄항공 소속으로 일한다.

화물터미널은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의 축소판이다. 120ｍ×140ｍ 크기 터미널은 하루 300ｔ, 연 10만ｔ의 처리 능력을 갖췄다. 화물트럭 10대가 동시에 들어올 수 있으며 기차가 화물터미널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터미널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는 조태연 고문은 "화물 주기장의 경우 5대가 들어올 수 있다. 유류 저장소의 경우 현재 비행기 15대(1100ｔ)에 급유할 수 있는 용량인데 앞으로 55대(4000ｔ)에 급유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말해 지난 4년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갖춘 번듯한 화물터미널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보이공항의 성장은 수치로 나타난다. 2008년 445편에 불과하던 항공편이 3년 만인 2011년에는 2850편으로 늘었다. 화물 처리량은 2008년 26ｔ에서 지난해 5만ｔ으로 증가했다. 2008년 700만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4800만달러로 확대됐다.

우즈베키스탄에는 13개 국제공항이 있다. 4년 전만 해도 나보이 규모가 가장 작았다. 박 공항장은 "대한항공이 위탁경영을 하면서 직원이 3년 만에 350명에서 1100명으로 늘었다. 실업률이 높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처럼 고용이 급증한 사례가 많지 않아 주정부 등에서 매우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경영실적도 나아졌다. 대한항공이 경영을 맡은 지 3년 만인 2011년 나보이공항은 적자행진에서 탈피해 234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50만달러 이익을 냈다. 8월 초 현지를 찾은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이 "이제 나보이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 경제특구 안착 등 현안 많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는 국토 동쪽에 위치한다. 인구도 동쪽에 편중돼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국토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2008년 말 나보이 경제특구(FIEZ) 개발을 시작했다. 나보이공항은 경제특구의 수출입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나보이공항의 지속적인 발전은 경제특구 성공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나보이 FIEZ는 500㏊(150만평) 규모로 조성돼 있다.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니 기업이 많지 않았다. 현재까지 16개 업체가 입주했으며 한국 업체로는 이레케이블 등의 간판이 보였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진출 기업에 세제 감면, 외환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에서 당장 들어올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박 공항장은 이에 대해 "나보이공항과 경제특구는 미래를 내다보는 프로젝트다. 향후 경기가 회복될 때 나보이 특구는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생산기지로 변모할 것이다. 우리 기업의 나보이 경제특구 참여는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의 의미가 있다. 이는 한ㆍ우즈베키스탄 양국의 성공적인 자원외교로 연결돼 한국의 장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보이(우즈베키스탄) = 김상민 기자]